니가 그 사람을 더 좋아하는 거 같다고,
그것 때문에 억울해 할 건 없어.
흔히 덜 사랑하는 쪽이 강자라고 하지만 그거 참 우스운 말이다.
그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거든
처음에 누가 옆구리를 찌르고, 뭐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심지어 헤어지고 나서 역전되기도 해.
왜, 너무 잘해줘서 헤어진다. 그런 경우 종종 있잖아.
맨날 같이 있자고 해서, 시간만 나면 전화하라고 해서, 왜 사랑한단 말을 자주 안해주냐고 졸라서, 자꾸 부담스럽게 결혼이야길 꺼내서,
그래서 헤어지는거
그런 사람들은 헤어진 후에 부등호의 방향이 바뀌는 수가 많아.
예를 들어서, 이건 그냥 옌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웃어주는 여자가 있었어
낡아빠진 농담, 유치한 말장난, 다들 짜증내거나 야유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무시하는데 혼자서 깔깔 웃어주는 사람
도저히 소리내 웃을 분위기가 못되면 구석에서 조용히
내 눈을 맞추며 나는 웃고 있어요, 눈으로 말해주는 그런 사람
항상 내 이야기에 귀를 쫑긋하는 사람은 그 쪽이었고, 내가 전화를 걸어 웅얼거리면 라디오 소리를 줄이다 못해 아예 꺼버리는 사람도 그 쪽이었고,
내가 조금만 피곤해 보여도 오늘은 그냥 그만 집에 가자고 말해주는 사람도, 그러면서 자기는 아무리 아파도 아프다고 얘길 안하는 사람도,
그런 사람에게 싫증이 난 내가 별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헤어지자고 했을때 소리 한번 못 지르고 하는 수 없지 뭐,
대답했던 사람도 다 그 쪽이었어어
난 사랑을 더 많이 받는 쪽, 강자 쪽이었어. 그 사람 만나는 내내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 사람이 나랑 헤어지고 나서 얼마나 아팠는지 그건 잘 모르겠어
분명한 건 나는 너무, 너무 힘들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이 다른 누굴 만나 행복해지도록 난 아무도 못만났다는거고
그 부등호는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진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어. 사랑은 헤어질 때 끝나는 게 아니거든
헤어지고, 다 잊고, 다시 행복해질 때, 그때야 사랑은 끝나는거니까.
좋아하는 사람 생겼으면 마음껏 잘해줘
내 작은 기침소리에 가슴 덜컥하던 사람, 술 취한 내 헛소릴 다 알아듣던 사람, 그런 사람을 잊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라면 잘해주는 널 함부로버리는 일은 없을꺼야.
사랑을 말하다.
[ 성시경 radio : 사랑을 말하다 ( 2006/8/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