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일기를 쓰고 싶어서이다. 그 동안 싸이월드에 많은 양의 일기를 써 왔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세하게 쓰지 못 했던 거가 싫어서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쓰고 싶었던 일기를 그 동안 안 썼다.
왜일까? 공부를 하던 도중 불현듯 깨달았다.
나에게 목표가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인생 막 사는 건 아니지만 너무 여유롭게 사는 나이기에
살면서 그렇게 힘든 일이 없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편하게 살아 왔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없었고 항상 취미 생활에 고민은 많이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단순한 성격까지
게다가 초긍정적인 성격까지 짬뽕되어 아직도 어린애. 어른이 되지 못 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래서 그가 너무 좋았고..가장 재미있었기 때문에..(욕구 절제력 가장 떨어지는 O형이므로..)
인생에서 1순위가 그였다.. 기 보다 연애였다. 사랑이었겠지..
그래서 그도 그렇게 되길 바랬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항상 싸우고 화해하고 토론하고 그런 일들을 어찌보면 즐겼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이제 지쳤는지
귀찮다. 생각하는 것이. 그런 것에 대해서
항상 머리 아프게 생각하려 하고 (생각없는 내가) 고민하고 토론하기 좋아하고 그랬는데.. 이제 정말 귀찮다.
"생각하고 내일 말할게" 라고 했는데 막상 하려니 귀찮고 뭔가 숙제 같은 느낌이어서 조금 이상했다.
아아 , 내가 변한 건가. 아님 그가 없는 것이 익숙한 건가...
그리고 깨달아 버렸다.
인생의 1순위가 그에서 내 미래, 내가 해야 할 일 로 바뀌었다는 것을...
어느정도 철이 들은 건지, 아님 이러다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정말 하고 싶은, 얻고 싶은 것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갑자기 띠용. 하며 생겨났다 그런 생각이. 아무런 계기 없이..
아니구나. 그에게서 편지가 왔었구나. 그렇게 기다렸던. 편지였는데 저번주까지는.. 가족에게 계속 편지 왔냐고 물으면 밤에도 내려가서 편지 왔나
확인해 볼 정도로 읽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저번 주 일요일 저녁까지 계속 기다리며, 그런 기다림에 지쳐서 왕짜증이 나서... 마치 열병처럼 겪고 나니
월요일부터는 편안해 지고 잊혀졌다.
항상 그랬듯이.. 익숙해 지고 내 생활을 찾았다. 그래서... 막상 편지가 와서. 내용도 굉장히 좋았다. 그는 정말 자존심을 많이 꺾고 솔직하게
예전 내가 알고 싶던, 내가 정말 모르던 사실들이 있는 편진데.. 내용이 아주 꽉 찬, 그런 4장의 편지인데..
물론 좋았다. 좋은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몇 번 읽고 아아.. 그런건가.. 이거 안 받았다고 거짓말 해야 하나.. 란 그런 느낌?
이걸 받고 다시 거절하면 진짜.. 상처를 많이 받을 텐데..란 느낌..
날 정말 좋아하는 구나, 근데.. 나도 좋아하는 데... 근데 지금, 내 곁에 없잖아. 이게 무슨 소용이 있지..란 느낌?
내일 또 얘기 하기로 했는데. 움.. 어떡해야 하나
어쨌든. 난 거짓말을 못 하는 초 솔직한 성격이므로.ㅠ 또 나불대며 그에게 상처를 입힐 것 같다. 지금의 내 감정을 말함으로써..
쓰다 보니 이상하군.
전화를 받는 것은 너무 좋다. 그런데 나는 자유 롭고 싶다.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 거지?
이기적이지만. 뭐 어때. 어차피 그가 지금의 나에게 해 줄 건 없잖아.
쓰다 보니 고민이 된다. 이 정도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것도 웃기다
그래, 어쨌든 그와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해도. 어차피 나 혼자다.
같이 있을 때 외로운 적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까. 다른 사람을 만나도 똑같겠지
결국 나 혼자.
그러니까 내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 이 자리에 안주하면 안돼
하고 싶은 일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갖고 싶은 욕구. 그 욕구를 이루어 보는 것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그가 아니다. 그가 가장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까.
그냥 놔둬 볼까
그냥 다시 사귀면서 놔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근데. 그러다 다시 좋아지면 또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이 상황에 안주해 버릴 텐데.
흠. 뭐 어떻게든 되겠지